저자: 이지은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I. 신화와 현실

냉전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도를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world’s largest democracy)’로 지칭해 온 표현은 서구 세계가 인도에 대해 품어온 전통적 호의와 기대를 상징한다. 빈곤에서 IT 강국으로 비약하는 인도의 눈부신 미래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이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one of the fastest-growing major economies)’, ‘신흥 강대국(emerging superpower)’, ‘IT 강국(IT powerhouse)’ 등으로 대표되는 인도에 대한 찬사는 국내외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다. 최근에는 제조업, R&D,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도가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인도 경제가 다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언론 보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록터앤갬블 CEO 출신이자 작가인 구르짜란 다스(Gurcharan Das), 콜럼비아 대학교의 경제학자 바그와띠( Jagdish Bhagwati), 아시아개발은행을 거쳐 바그와띠의 뒤를 이은 빠나가리야(Arvind Panagariya) 등의 학자 ·전문가도 인도의 경제성장 서사를 적극적으로 옹호해 온 대표적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