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충환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부교수)
이 글은 중국의 “이쿠판(忆苦饭)”, 즉 ‘고난의 과거를 회상하는 밥’이라는 매우 독특한 음식 범주의 역사적·문화적·정치적 함의에 관한 연구이다. 이쿠판은 개혁개방 이전 모택동 사회주의 시절 중국인들의 일상을 지배하던 “이쿠스티엔(忆苦思甜)” 정치집회의 막간이나 마무리 단계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던 맛없고 거친 음식으로 의미심장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했다. 이 고도로 정치화된 음식은 모택동 체제의 종언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개혁개방 후 시장사회주의 중국에서 음식상품의 형태로 새롭게 부상해서 소비되고 있다. 이 연구는 음식과 집단기억의 맞물림을 전제로 모택동 사회주의 시절과 개혁개방 후 중국에서 이쿠판이 갖는 중층적 함의를 기억의 정치라는 개념하에서 조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이쿠판을 이쿠스티엔 집회의 맥락에서 들여다봄으로써 이 음식이 모택동 사회주의 시절 중국의 대중을 사회주의적 주체로 호명하는 데 기여한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일부였음을 밝힌다. 둘째, 개혁개방 후 중국에서 음식상품의 형태로 새롭게 출현한 이쿠판을 노스탤지어와 기억의 정치라는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중국의 체제와 중국인들이 가까운 과거와 관계 맺는 방식에 내재하는 이율배반과 양면성을 드러내고 그것이 갖는 정치적·이데올로 기적 함의를 조명한다.
주제어: 이쿠판, 이쿠스티엔, 기억의 정치, 사회주의적 주체, 노스탤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