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이 글에서는 “중국 정부는 어떠한 조건에서 일본과의 적대적인 역사를 보다 강하게 활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의 중요성은 동아시아 지 역의 국제정치 문화 전개방향과 관련된다. 특정 국가 내 역사에 대한 지배적인 이해가 국제정치 문화의 전개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수천 년에 이르는 상호교류의 역사를 갖는 동아시아의 각국은 적대적 질서, 경쟁자적 질서, 공동체적 질서를 모두 경험했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적대적 질서에 대한 기억에 초점을 맞출 때, 그와 관련된 적대적 정체성을 국가가 획득할 수 있는 것 이다. 그러한 정체성은 국가가 자신이 가진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이미지에 따라 행동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실제 적대자가 되도록 이끌며 홉스적인 국제정치 문화의 등장을 추동한다(Wendt, 1999: 263). 또한, 특정 시점에 강조되는 역사는 정책결정자의 선호라는 중요한 정책결정 변수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적으로 전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역사와 문화는 다수의 국민과 미래의 정책결정자들에게 내면화됨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Nogee et al., 1995: 55; Callaghan, 2010: 31-60). 이러한 점을 전제한다면, 일본에 대한 적대적 기억이 중국에 의해 어떻게 재생산, 확대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처에 있어 핵심적인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