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위태롭다. 이란 경제 회생에 대한 희망은 지난 5월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란의 핵 활동을 제재와 감시 조건으로 경제제재 해제) 탈퇴 공식선언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7월 6개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이 참여해 타결했던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이고 재앙적이며 끔찍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JCPOA 탈퇴에 놀란 영국·프랑스·독일은 자신만이라도 공동 이행 성명을 발표했으나 국제 정치질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의 참여 없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거대한 국제 정치판 변화 로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에는 제동이 걸렸고, 경제 회생도 앞날을 가늠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란 내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물가와 실업률 상승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2017년 12월에는 보수적인 종교도시 마샤드를 진원지로 정부의 부정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여러 도시로 확산되었으며, 2018년 2월에는 자유를 갈구하는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 던지며 곳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그 이전인 2009년에는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으로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가장 큰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이 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이란 사회 내부에도 심한 갈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내 갈등은 1979년 이란 이슬람 공화국 탄생 이후 지금까지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통제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40여 년 동안 반복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비록 갈등을 표출하는 주체세력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1979년 이슬람 추종자, 2009년 개혁파, 2017년 보수파, 2018년 여성 등) 이들이 요구하는 목 소리는 한결같다. 부정부패 척결, 정의와 자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