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까지 한반도 육상교통로 연구를 경험하면서, 옛길의 역사지리학적 복원 수법을 개발함(轟博志, 2010)과 동시에, 그 한계도 통감하게 되었다. 지리학이라는 학문은 여타 현상을 공간적으로 해석하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연구수법이자 지표면의 경관을 주 소재로 한다는 한계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연구가 완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한계이다. 교통로 복원도 마찬가지로, 필자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연계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학제적 네트워킹이다. 이미 다른 논문에서 언급했듯이 역사경관 복원, 특히 교통로 복원에 있어서는 강 흐름의 상류로서의 역사학(문헌연구, ‘점’의 복원), 중류로서의 역사지리학(지도 및 경관연구, ‘선과 면’의 복원), 하류로서의 고고학(발굴 및 고고 분석을 통한 검증) 등 일정한 흐름을 수반한 학제적 연구가 불가결하다.
둘째는 국제적(공간적) 네트워킹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제도나 기술의 교류 및 공유가 폭넓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중-일 등 관계 각 지역의 도로 복원 현황을 비교하면서, 부족한 자료를 보완하고, 추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본 논문의 주제인 고대 도로의 경우 중국, 한국, 일본은 율령에 의해 공통된 도로에 대한 법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 국(당)과 일본(헤이안 시대)에서는 30리마다 역을 설치하는 것, 고갯길 등 험한 도로 조건에서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역을 설치하는 것 등, 유사점이 많은 역제 자료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자료는 없지만, 신라에서도 비슷한 규정이 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