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7세기부터 9세기에 이르는 시기 동안 인도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일어난 종교적 변모를 해양 무역의 네트워크 속에서 넓게 관찰해보고 자 한 것이다. 이 시기는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내에서 밀교적 전통이 본격적으로 대등하기 시작하는 초기 중세(Early Medieval)의 일부에 해당하는 기간인데, 이 밀교라고 부르는 종교 전통은 급속하게 해양 교역로를 통해 동남아시아로 확장 된다. 동남아시아에 전파된 이 밀교 전통은 다시 해상 무역로를 따라 동아시아로 건너간 인도 밀교승에 의해서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승려들에게 전해 진다. 경전의 번역뿐만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직접적인 사자상승(師資相承)을 통해서 밀교는 이때 처음 동아시아에 정착하게 된다. 이 시기까지를 대략 9세기라 고 본다면, 인도에서 동아시아까지 밀교 전통이 정착하기까지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 확산에는 그동안 잘 눈여겨보지 않았던 조건들이 숨어있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이 전파와 확산을 가능하게 했던 당시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토대들이라고 생각된다. 경전이나 불교의 유물들, 그리고 인적 교류가 가능 했던 것들은 당시의 교역로인데 인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양 루트가 그것이다. 밀교가 이 교역로를 통해 전파된 것은 당연하다고 생 각할 수 있겠으나, 밀교의 유적지와 전파가 유달리 해안가나 포구와 인접한 지역, 또는 바다로 지어지는 강을 따라 놓여있다는 점은 종교의 전파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토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