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는 국내 정치적으로 의미를 갖는 민족주의적 상징의 의미를 언제부터 갖게 되었을까? 군사적 논리에서는 북한에서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핵능력을 강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김성철, 2014: 126-129). 2003년 9월 북한 최고 인민 회의에서는 핵 억제력 유지·강화 방침을 통해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막기 위해 핵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포했던 것이다(『로동신문』 2003. 9. 4). 이후 북한에서는 핵의 무기화에 진전을 이룬 결과 핵을 국내 정치적 상징으로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는 김정은의 권위 제고 와 체제 결속을 위한 노력에서 핵 개발 조치들이 제시되면서 북한의 핵 개발에는 국내 정치적 목적도 있음이 지적되어 왔다(안문석, 2017: 177-178). 이러한 현상 은 군사적 논리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르는 북한의 핵 개발이 어느 순간 정치적 수준의 체제 강화 노력과 결합되었음을 의미한다. 탈식민지 신생 체제로서 북한에서는 체제의 정당성을 사회주의만이 아니라 항일 민족주의에서도 찾아왔다. 이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체제 정당성 강화에 기여할 때에는 민족적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표상될 것이다. 사회주의 이념이 체제 정당성의 토대로 기능하기 어렵게 된 탈냉전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북한의 매체를 통해 뚜렷이 포착된다. 최근 북한에서는 핵 능력 강화로 한민족이 겪어야 했던 설움은 과거지사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원형이 언제, 즉 어떠한 정책적 환경에서 제시되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함으로써 북한의 핵 민족주의(Nuclear Nationalism)가 핵무기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논의임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핵 민족주의 담론에서 핵무기는 무엇의 상징으로 논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북한 핵 민족주의 형성의 정책적 함의를 고찰한다.
북한의 핵 개발과 조선 식민화 기억의 결합: 핵 민족주의 담론의 형성
저자: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