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朝鮮)과 청(淸)의 국경문제는 국민국가의 구성 요소인 영토·국민·주권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저서와 논문에서 이를 다 루어 왔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민족주의적 감정에 쉽게 경도되는 문제를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두만강 북쪽 대안의 소위 ‘(북) 간도’ 지역의 경우 1880년대 조선-청 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시작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주의에 입각한 해석이 여전히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족주의의 영향 속에서 ‘간도’ 지역은 역사적 ‘사실’의 대상으로서보다는 ‘상상’되거나 ‘희망’의 대상으로 전제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러하기에 오해와 오독, 그리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결은 다르지만 ‘고토’ 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한국이나 ‘신성한 영토’를 지켜야 한다고 전제하는 중국, 두 국가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김형종 교수는 『1880년대 조선-청 공동감계와 국경회담의 연구』(서울대학교출 판문화원, 2018, 이하 『연구』로 약칭)에서 조선-청 국경문제 연구가 위에서 말한 민족 주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지적하고, 이와 관련된 역사가 ‘정확한’ 사료적 토대 위에서 재구축될 수 있도록 다시금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수행했다. 즉, 저자는 『연구』에서 1885년(을유감계), 1887년(정해감계)에 이루어진 제1·2차 공동감계와 국경회담에 대한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밝힘으로써 관련 역사상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저자는 다년간 『국역 『청계중일한관계사료』』 1·2·3(동북 아역사재단, 2012, 2013, 2016)과 『1880년대 조선-청 국경회담 관련 자료 선역』(서울대 학교출판문화원, 2014)의 번역에 매진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국경문제와 관련된 방 대한 사료를 수집, 분석했다. 또 「최근 중국에서의 청대사 연구동향의 분석: 특 히 조청관계사와 국경문제를 중심으로」(『중국 역사학계의 청사 연구 동향: 한국 관련 분 야를 중심으로』, 동북아역사재단, 2009)과 「오대징과 1880년대 청·러 동부국경감계」(『중 국근현대사연구』 60, 2013), 「19세기 근대 한중관계의 변용」(『동양사학연구』 140, 2017) 등 의 연구를 통해 해당 시기 조선과 청, 그리고 러시아 사이의 국경문제를 전반적 으로 파악했다. 이상 일단 외형만을 놓고 보아도 『연구』는 이 분야의 관련 사료 와 연구를 종합적으로 망라하고 있어 후속 세대의 연구에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