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강성용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도의 도시화과정은 오랜 기간 문제를 누적시켜 왔는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미 약 3억 8,000만 명, 전체 인구의 31% 정도가 도시 거주민이 된 상황이지만, 아직도 약 69%의 인구가 시골(rural)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서(Census of India, 2011) 도시화의 속도는 당분간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인도는 6억 3,200만 명에 달하는 다면빈곤 인구를 가진, 단일국으로는 최대 다면빈곤 인구 보유국이다. 2011년 총조사(census)에 따르면 뭄바이(Mumbai)는 주민의 41.3% 가, 꼴까따(Kolkata)는 29.6%가, 첸나이(Chennai)는 28.5%가, 그리고 상황이 훨씬 나은 벵갈루루(Bengaluru)는 8.5%가 빈민가(slum)에 살고 있다. 인도사회의 수많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생활환경의 문제가 도시화 과정과 맞물려 심화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 정부는 2015년 6월에 스마트시티미션(SCM: Smart Cities Mission)을 출범시켜 5년간 100개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시티의 기술적인 측면이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누적되어 있으며, 인도에서의 SCM에 대한 연구 또한 많은 양이 누적되어 있다(Aijaz, 2021; Sharma and Rajput, 2017). 이 글은 SCM이 인도의 근현대사 안에서 갖는 역사적 맥락을 좀 더 구체화하고, 그 사회·경제적 의미를 국가 재정난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인도가 빠져 있는 악순환이 무엇이고, 왜 SCM이 대응책 중의 하나로 기획되고 추진되었으며, 현재와 같은 더딘 진행 양상을 보이게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우선 기반시설 부족이 제조업 발전을 가로막고 이것이 다시 조세징수 기반을 약화시켜 재정적자를 야기하며, 결국 다시 재정부족이 기반시설 부재를 낳는 악순환의 맥락에서 SCM이 검토될 것이다. 이를 필자는 “경제 악순환”이라고 부르고자 하는데, 특히 재정적자의 문제에 주목하여 표면적으로는 무관하게 보이는 많은 정치적·정책적 사안과 사건들이 이면에서는 구조적으로 이 악순환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이 구조 안에서 이면을 파악하게 되면, SCM이 인도의 경제정책으로서 갖는 의미를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회기반시설의 절대적 결여 상태에 대해 위생시설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나서, 이것이 국가재정의 빈곤과 맞물리는 양상을 밝힌다. 나아가 재원부족 현상이 근대화과정의 제조업 육성이 실패한 것과 연관되며, 이것은 다시 토지개혁을 통한 농촌 생활환경 안정화 실패에서 기인한 것임을 밝힌다. 나아가 2016년의 고액권 유통금지조치나 2017년 상품서비스세(GST) 도입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의 맥락을 이 악순환 안에서 해명하고, SCM이 ‘미션’사업으로 출발한 맥락을 밝힐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공간 재구성 사업인 SCM이피할 수 없는 토지수용의 문제가 왜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되고 있는지, 그 현안과 역사를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분석하겠다. 결론적으로 토지수용의 문제에도 재정난이 배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에 필자가 “정치 악순환”이라 부르고자 하는 사회적 의사결정의 고비용구조가 자리 잡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 맥락에서는 내각제 정치체제가 야기한 법률의 과잉생산을 통해 국가가 과잉 개입하게 되면서도, 동시에 행정적 실행력의 부재 때문에 국가의 기초적 서비스 제공도 불가능한 국가부재의 모순적 상황이 문제가 된다. 독립 이후의 ‘허가권 통치(Licence Raj)’라는 비효율성이 극대화된 국가운영 체제 안에서 부정부패의 일상화가 고착되고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되면서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모든 사안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회귀되는 정치의 사법화가 이루어진 맥락을 살펴보겠다. 그 자체로도 효율적이지 않은 사법부의 개입이 또다시 사회적 갈등조정의 비용을 증가시켜 오면서 모든 주체들이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위로 뭉쳐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사회구조가 정착된 정치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에는 정치의 범죄화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갈등조정의 고비용구조가 다시금 사회적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