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고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민기채 (한국교통대학교)

지금까지 체제전환국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2000년대 들어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 각종 통계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유럽 체제전환국의 사회보장 특성을 분석하는 시도가 활발해졌다. 대개 선행연구들은 사회주의 유산을 중심으로 구미 복지국가와 구별되는 독특성을 규명하고자 했다(Aidukaite, 2011; Cerami and Vanhuysse, 2009). 반면 아시아 체제전환국에 대한 논의는 유럽의 그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연구 진척이 더디다. 유럽 체제전환국에 관한 초기 연구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아시아 체제전환국의 경제체제 전환과 경제적 성과에 관한 연구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체제전환국의 변화를 이해할 만큼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고, 이들 국가의 사회보장체계 변화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유럽 체제전환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존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유럽 체제 전환국들이 사회주의와 체제전환이라는 유사한 경험을 했으나, 체제전환 이후 경제 및 사회적 성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강신욱 외, 2007; 이용하 외, 2016; Inglot, 2009; Palier, 2010). 각국에 배태된 사회·문화적 속성에 따라 체제전환 이후의 성과가 달라진 것이다(Cook, 2007; Karakoç, 2018). 즉, 각국이 가진 고유한 속성에 따라, 사회주의와 체제전환이라는 같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체계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아시아 체제전환국 사회보장체계는 유럽과 상당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체제전환국은 유럽 체제전환국과 비교할 때, 사회주의 경험과 체제전환의 양상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체제전환국들은 유럽 체제전환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주의를 겪은 기간은 짧지만, 사회주의 시기의 정치적 권위주의 유산은 체제 전환 이후에도 유지하면서 경제적 측면의 개혁·개방을 부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소병국, 2020). 따라서 사회주의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급진적으로 이뤄진 유럽과는 달리, 아시아 체제전환국이 자본주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사회보장체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서구 복지국가 연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아시아 복지국가를 이해하려는 독자적인 시도들이 확대되었다(노대명 외, 2018; 홍석표 외, 2011 등). 이들 연구에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제도화된 사회보장제도들의 종류와 특성(포괄범위, 급여수준, 재원 등)과 그것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하게 검토하였으나, 아시아 체제전환국들이 체제전환 국면에서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회보장체계를 변화시켜 왔는지, 그리고 그것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고찰하는 데까지는 부족하였다. 그 이유는 체제전환국의 사회보장체계 변화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현행 사회보장체계를 사회주의 혁명과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복지 후발주자로서 사회보장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갔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또한 유럽 체제전환국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비교사회정책적 접근보다는 아시아의 지역적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