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윤상우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는 20세기 동아시아 국가들이 성취한 고도성장의 독특성과 역사성을 보여 주는 핵심 키워드다. 발전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나타난 후발산업화, 캐치업(catch-up) 모델, 경제적 민족주의의 동아시아적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발전국가에 기반한 국가주도적 산업화모델에 힘입어 20세기 중반의 이른바 ‘발전의 시대(development decades)’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독보적인 경제실적을 거뒀으며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성공적인 상향이동을 달성하였다(The World Bank, 1993).

그러나 발전국가가 어떠한 시공간적 조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발전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동아시아 국가들이 처해 있던 20세기의 특정한 역사적 상황하에서만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특수성을 지니는 발전모델로 이해해야 한다(Cumings, 1987; Castells, 1992; 윤상우, 2006). 동아시아 발전국가의 성립과 발전은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지역의 냉전질서, 미국 헤게 모니, 전후의 배태된 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 등의 조건과 맞물려 있고, 대내적으로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독특한 역사적 조건(식민통치, 분단, 전쟁 등)에서 연유하는 ‘과대성장국가-저발전의 시민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