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로벌 패러독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화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질주하면서 국가들 사이뿐만 아니라 국가 안에서도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불신, 균열, 대립, 갈등, 해체가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세계화의 달콤한 약속은 쓰디쓴 기만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를 버리고, 시장에 귀의하라’는 시장기복설이라 할 신자유주의 노선 아래 세계화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을 인간과 자연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자본주의는 세계화의 와중에서 여러 가지 모순과 폐해를 보이고 있다. 세계화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사이에서 다중적으로 원심화되면서 헤게모니의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Pieterse, 2017). 이 와중에서 세계화는 ‘세상을 계몽적 으로 화합’하기보다 ‘세상을 계기적으로 화형’시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질주의, 쾌락주의, 기후변화, 환경파괴, 장벽쌓기 등 인류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화는 만병의 구약이라기보다 근원이 되고 있다. 일찍이 세계화를 ‘바닥을 향한 질주(race to bottom)’로 본 폴 크루그먼(Krugman, 1996)은 모든 나라가 자유화와 탈규제 아래 더 싼 임금과 더 낮은 세금을 추구하는 가운데 복지국가를 향한 에너지는 소진되고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80 대 20이란 숫자가 상징하듯 거의 모든 나라에서 눈사람 모양의 ‘두 개의 국 민’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서 민족, 인종, 종교, 젠더, 세대, 계층, 집단 등 사이에서 균열이 복합화되면서 자국 중심주의 아래 포퓰리즘이 나타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북미와 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남미와 아시아로도 파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 정당이 지난 20년 동안 정통적 보수, 중도, 진보 정당을 압박하면서 지지층과 의석수 확보에서 약진해 왔다. 포퓰리즘이 편용됨에 따른 베네수엘라는 정부재정은 바닥나고 기아와 빈곤 아래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이태리는 다수당이 부재한 가운데 극우와 극좌 포퓰리즘이 연정을 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