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시기를 특징짓는 새로운 현상 중 하나는 자본가 또는 사영기업가의 출현과 급속한 성장이다. 1980년대 이전 사회주의 시기 경제영역의 대부분은 단위(单位)가 대표하는 국영 혹은 집체기업들로 구성되었고, 이러한 국가주도 계획경제 체제의 외부(体制外)에는 공식적으로는 이렇다 할 기업이나 상업활동은 존재하지 않았다(Lü and Perry, 2015).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 말이래 농촌 향·진(乡·镇) 차원에서 시장원리에 따르는 소규모 기업활동이 용인되고, 이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Oi, 1999; 김재석, 2019). 경제특구 창설(1980~)과 연해개방도시 지정(1984) 등 일련의 변화를 통해 사영부문이 주도하는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루어졌고, 이로부터 사영부문은 중국 경제와 사회에서 그 비중을 끊임없이 키워 나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이루어진 사영분야의 급속한 발전과 사영기업가의 성장은 중국 경제성장의 주요한 동력이었지만, 동시에 중국 정부에 대한 하나의 “잠재적위협”(隐患)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서구의 시각에서 사영기업 혹은 자본가 집단은 경제성장의 동력만이 아니라 폭넓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치적 잠재력을 가지는데, 이는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내부의 불안요소로 간주된다. 이러한 시각의 대표적인 학문적 사례는 베버(Max Weber)의 저작 『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Weber, 1966). “공기조차 자유로운” 중세유럽 도시의 자본가 집단은 민주적 도시의 이상형(ideal type)에 핵심적인 상업적 자유를 추구하였고, 이 과정에서 도시는 복수의 “정당성을 지니지 않은 권력(non-legitimate power)”이 정당성을 놓고 경합하는 장소로 변모하였다(Gianola, 2021). 이러한 정치적 잠재력을 지닌 자본가 계급은 혁명과 같은 급진적 방법을 동원하여 봉건적·권위주의적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세력(Moore, 1966)으로, 혹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촉진하는 공공영역을 형성하는 시민계급의 중심(Habermas, 1989)으로 기능하였다.
서구의 근대화이론 그리고 시민사회론에서는 시민계급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영기업가 혹은 자본가의 정치적 잠재력에 주목한다. 산업화 또는 경제성장이 도시화를 추동하고, 새롭게 형성된 도시 공간에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시민계급이 집거(集居)하게 되며, 새로운 권리의식을 지닌 집합적 시민들은 점차 더 폭넓고 직접적인 정치참여의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는 것이다(Huntington, 1991). 이러한 입장에서,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근대화이론의 보편적 주장이 중국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로 여겨졌다. 즉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초래한 경제적 발전이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시민-부르주아 집단을 형성하였고, 이들이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는 권위주의적이고 부패한 정권에 대해 지닌 불만이 정치적 저항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Calhoun,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