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진우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근대 국민국가에서 정치적 통합의 결과물인 영토는 정치·지리적인 경계로 획정되는 국경선으로 가시화되어 구체적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국경선은 정치적인 근대성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20세기 후반 이래 탈냉전, 탈근대의 흐름 속에서 21세기에는 근대 국가와 민족의 닫힌 경계를 넘어 탈경계, 탈국경을 이야기하는 국제화와 지역화가 지배적인 사조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2020년 이래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이 국가와 국가, 사회와 사회, 개인과 개인 간의 봉쇄와 격리를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규모로 일상화시키면서 세계는 다시 닫히고 막혀 가고 있다. 그리고 막히고 닫히는 경계 너머의 타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물리적인 공간의 단절을 가져왔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기술적 방법들은 정보통신과 가상의 공간에서 경계를 급속하게 허물고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인류의 열려 있는 만남과 융합을 가속화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닫힘과 열림의 역설적인 변주가 앞으로 인류사회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는 분명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불가측의 시대 상황에 직면해서, 열림과 닫힘의 시각으로 중국 고대 경계와 출입의 문제에 천착한 본서는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에게 어떤 현재적인 시사점을 준다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