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현재 중동 지역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과 연계, 그리고 갈등이 복합적으로 추동되는 지정·지경학적 변환기를 맞고 있다.

우선, 중동지역 내 통용되던 기존의 친서구 민주주의 서구 세력과 굳건한 연대가 붕괴하고 새로운 권위주의 축,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일어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의 붕괴와 함께 성립된 중동 내 국민 국가들은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의제인 석유 자원과 에너지 안보, 냉전 양강의 체제 경쟁을 우선적 정치 의제로 상정하고 영·미 패권 아래 힘의 균형 안정화를 우선시하였었다. 그러나 60여 년 넘게 유지되어 오던 이러한 정치·지경학적 구조가 셰일 혁명이라 불리는 석유 생산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미국의 대중동 구상(Greater Middle East Initiative)의 민주주의 확산 정책이 촉발한 역내 민주주의 운동이 2011년 재스민 혁명을 거쳐 아랍의 겨울; 역내 국가 간의 갈등, 내전, 그리고 종파 갈등으로 귀결되자 기존의 영·미 패권이 아닌 러시아와 중국의 중동 진출을 계기로 새로운 권위주의 축(Axis of Authoritarianism) 강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이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되어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국제원유시장에서 석유 공급 조절자(swing producer)가 되자, 이제껏 미국과 중동을 굳건히 이어 주던 중요한 연결고리가 약화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신냉전의 도래까지 이어질 확률은 낮다. 이전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양 체제 대립국면으로 회귀하기에는 다양한 행위자들과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내 발호하고 있는 권위주의 체제와 연대 강화는 미국 달러와 고정 환율 정책을 실행할 정도로 밀착 관계였던 미국 중동 패권 체제의 변환 혹은 재균형(Re-balancing) 상황임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