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은 곧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함 싸움’이라고 강조했던 미군이 정확히 20년 만인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를 선언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탈레반은 바로 카불을 점령하였고, 놀라온 속도로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은 뒤집혔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모습은 참혹했고, 탈레반 점령 소식과 더불어 국제 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실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부르카로 상징되는 억압적인 탈레반 정권과 아프가니스탄의 상처는 20년 만에 다시 드러나게 되었다.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빌딩 테러 사건과 연이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가 알려지게 된다. 당시 탈레반 정권의 ‘극이슬람주의’ 체제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다시금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9·11테러는 국제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동시에 무슬림=테러리스트,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부르카를 쓴 무슬림 여성은 거대한 상징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2001년 ‘항구적 자유(Operation Enduring Freedom)’라는 이름의 작전하에 미·영 연합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다(엄익란, 2021: 88).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01년 11월 16일 영부인 로라 부시(Laura Bush)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여권 유린을 규탄하였고 “여성에 대한 심각한 억압과 잔혹 행위는 올바른 종교적 행동이 아니다”, “최근의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더는 죄수처럼 갇혀있지 않아도 되며, 처벌의 두려움 없이 음악을 듣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라며 자신들의 테러리즘에 맞서는 전쟁은 곧 여성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임을 강조하였다. 뒤이어 『타임』지는 “Lifting the Veil”이라는 제목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에 대한 억압을 다룬 특집호를 발행하였다(Berry, 2003: 137). 9·11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불쌍한 무슬림 여성 구출하기’라는 미명하에 사회적·국제적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