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립병원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 기치하에서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마오쩌둥 시기에 구축되어 인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했던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는 1980년대 시장 지향적 경제개혁에 의해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중심의 개혁개방 원칙에 따라 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보건의료 등 전반적인 사회복지 예산을 감축해 나갔다. 이와 함께 공립병원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 큰 폭으로 삭감되었으며, 공립병원은 복지영역의 민영화 정책 속에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시장원리에 따라 스스로 마련하도록 요구받았다(성한경 외, 2007). 개혁개방 이전까지 30여 년 간 지켜 온 공립병원의 사회적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퇴색되고 이윤 확보에 중점을 둔 운영 방식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공립병원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의 보완책으로 민영병원 설립이 허용되고 2018년도 그 수가 2만 개가 넘을 정도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지만, 민영병원의 78%는병상 수 100개 미만의 소형 병원으로 전체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여도는 수적 증가세에 비해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国家卫生健康委员会, 2019). 공립병원이 의료진 수, 병상 수, 외래 및 입원환자 측면에서 국가 전체 의료서비스의 90% 수준을 담당하던 2010년대 초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공립병원이 중국 의료서비스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Wang and Wei, 2011; 国家卫生健康委员会, 2009-2019).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물결에 올라탄 중국의 시장지향적 경제개혁 하에서 공립병원은 약품과 의료서비스의 적극적인 판매 촉진을 통한 이윤 추구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경쟁적 생존을 위한 해결책으로 선택하였다. 이는 병원의 재정 및 의사의 임금과 직결되는 문제로, 의사의 약품 처방에 따른 수익은 국가의 보조금 감소에 허덕이는 병원의 재정 확보와 의사의 낮은 임금에 대한 보너스로 사용되었다. 많은 환자들이 몰리는 대도시 상급병원의 경우 유사한 효능을 지니는 국산 복제약보다는 이윤폭이 높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품을 처방함으로써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했다. 저소득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하급병원은 이윤폭이 낮은 국산 약품 판매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약품 판매를 증가시킨다 하더라도 보조금 감소로 인한 재정 불안정이 항존하며 부족한 국가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IBISWorld, 2011). 어떤 경우에도 병원의 약품 판매 증진은 결과적으로 환자의 개인 의료비 지출을 큰 폭으로 증가시켰으며, 늘어나 의료비만큼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불만 역시 가중시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각종 의료분쟁은 종종 의료진에 대한 폭력적 행위로 표출되곤 했다(Zhang et al., 2006; Tu,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