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백지운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0년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2020)가 발표한 글로벌 트렌드(Global & Trend) 보고서는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비호감도가 정점을 찍었음을 보여 주었다. 전 세계 주요 14개국의 성인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 중 73%가 중국에 부정적 인상을 보였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도 13~24%나 급증한 것이었다. 지도자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78%의 응답자가 시진핑(習近平)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세계에서 경제력이 가장 강한 나라가 어디냐는 물음에는 48%가 중국이라 답하여, 미국에 답한 38%를 능가했다. 이 조사는 오늘날 중국에 대한 세계의 인상, 즉 국력은 강하지만 좋아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었다. 한 나라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이렇게 큰 경우는 아마 드물 것이다. 세계는 부강해진 중국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불안하다.

퓨 리서치 센터 보고서의 연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비호감도가 이토록 높아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대다수의 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상회했다. 물론 당시는 중국이 아직 부상하기 전이고, 또 ‘역사의 종언’이라는 말이 전 세계를 휩쓸 만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확신과 낙관이 가득하던 때였다. 중국은 자본주의 궤도에 연착륙할 것으로 보였고 서구세계의 가치와 질서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되었다. 지금 세계가 중국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초조는 그런 기대가 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2010년 이래 가공할 만한 속도의 성장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중심부에 들어선 중국은 서구가 만들어 놓은 가치와 질서를 수용하기는커녕 그것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2018년 헌법개정을 통한 권력 집중, 송환법과 보안법으로 가시화된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이런 불안에 크게 가세했다. 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 서구와 같은 민주주의가 중국에 배양될 것이라는 기대는 차치하고, 이제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세계의 ‘보편’ 질서인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판 황화론(黃禍論)에 가까운 중국위협론이 얼마나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도입되어야 중국이 세계의 정상적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연원은 냉전시대 서구 중국학의 계보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중국사가 코헨(Paul Cohen, 1995: 105-130; 2013: 206-222)은 1950~1970년대 꽃피었던 서구의 중국학을 서로 연결된 3개의 패러다임―충격과 반응, 전통과 근대, 제국주의와 식민지―으로 요약한 바 있다. 1950~1960년대 미국의 중국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레벤슨(J. R. Levenson)을 예로 들면서, 코헨은 그가 비록 ‘잠자는(somnolent) 중국’이라는 19세기의 경멸적 중국관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고질적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것은 첫째, 중국은 오직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만 최면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것, 둘째, 오로지 근대 서구만이 그러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셋째, 그러한 과정이 일단 시작되면 중국문화는 마침내 서구적 형상으로 바뀌게되리라는 것이다. 코헨이 볼 때 레벤슨의 사고는 1970년대 중국학에도 상당 부분 계승되었다. 프리드만(Edward Freedman)이나 메츠거(Thomas A. Metzger)처럼 변화의 동력을 신유학이나 혁명사상 등 중국 내부의 자원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서양이 중국의 구원자라는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