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아가 동아시아 사회의 복지체제를 연구할 때 우리는 여러 물음에 부딪힌다. 통상적 물음은 이런 것이다. 경제성장과 저복지 간의 간극이 왜 이토록 심할까. 더 나은 복지체제는 어떤 것일까. 내일의 대안적 복지체제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 물음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복지체제는 비교제도적 시각에서 볼 때 얼마나 고유하고 독자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가. 이는 공시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갖게 되는 물음인데 한국 및 동아시아 복지체제 연구에서 가장 열띠게 논의해 온 주제였던 것 같다. 이 복지 체제는 이전에 비해 얼마나 새로운가, 이전 체제에 비해 어떤 단절적 변화 또는 경로의존적 연속성을 갖는가. 나아가 오늘의 복지체제는 이전에 비해 얼마나 전향적 진전을 이루었나. 이는 통시적,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제기되는 물음이다. 국가복지는 사회복지체제의 필수적 기둥이지만 그게 전부일까? 비국가적인, 사회중심의 호혜체제가 발전될 수 있고 발전되어야 하지 않나. 반대로 책임 있는 공공복지가 미약한 상태라면 이른바 ‘사적 복지’가 발전할 수도 있지 않나? 이와 또 다른 방향에서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사후적 재분배 복지가 아니라 사전적 복지(기본소득, 기초자산제 등)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하지 않나. 이는 복지체제의 다층적 구조, 각각의 위상과 상호관계의 물음이다. 이 다원적 요소들은 앞으로 어떻게 짜이고 자리매김되어야 할까.
복지체제란 홀로, 그것만으로 작동할 수 없다. 복지체제와 경제체제, 경제와 노동, 복지의 관계는 어떤가. 저성장과 불안정노동, 불평등의 악순환 시대에 이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하나. 이는 전체 사회경제의 격변 속에서 복지체제가 가져야 할 역할에 대한 물음이다. 마지막으로 복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빼놓을 수 없다. 복지와 좋은 삶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이는 복지 그 자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때 나오는 물음이다. 복지라는 말이 매우 넓게 사용되고 있어 꼭 필 요한 물음이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다기한 물음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막상 궁금증을 풀어 주는 충실한 대답은 적은 듯하다. 김도균의 저서, 『한국복지자본주의의 역사』가 반가운 이유이다. 저자는 ‘자산기반복지’을 중심으로 삼아 한국 복지체제의 특 성과 경로에 대해 위의 물음들과 관련된 나름의 대답을 내놓고 있다. 한국 학계에서 자산기반복지의 정치경제에 대해 이 저서만큼 깊이 파고든 연구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복지 분야에서 근래 보기 드문 창의적 역작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의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한국의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의 형성과 변형에 관한 연구: 개발국가의 저축동원과 조세정치를 중심으로」(2013)를 수정, 보완해서 내놓은 것으로, 평자는 이전에 그의 학위논문을 읽고 크게 배운 바 있다. 학위논문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책을 출간하면서 제목을 변경하고 수정, 보완한 부분도 적지 않은 듯하다. 평자가 복지 전공자는 아님을 밝혀 둔다. 이 책의 적절한 논평자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김도균의 저서는 그간 평자가 연구해 온 한국의 개발국가 및 개발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중운 동의 주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배우고 익히는 마음으로 몇 마디 보태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