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채현정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

『코로나19에 맞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별 초기 대응과 초국적 협력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문제에 매몰되기 쉬운 시기에 가깝고도 먼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이하 전동연)가 2018년 창립한 이래 학술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한-아세안협력의 차원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보건, 복지, 노동 분야 연구에 노력을 기울여 온 성과물이다. 전동연은 코로나 대응 현안을 인간안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였고 이슈페이퍼를 발간하며 연구를 축적해 왔다. 책의 근간이 된 이슈페이퍼의 발행 시기가 코로나 진행 시기와도 맞물리기 때문에 국가별 대응 전략을 분석한 각 장의 글은 그 자체로 코로나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은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현안을 다루는 시의성을 가지며, 장기적으로는 팬데믹 시기의 동남아시아 주요국이 어떻게 감염병을 헤쳐 나갔는지에 대한 역사적 기록으로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과 인접하고 교류도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확진사례가 증가하지 않자, 현지에서도 국제사회에서도 “정부가 감염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33쪽)이 공공연하게 회자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단편적인 평가는 코로나의 정점을 논하는 지금까지도 동남아시아의 팬데믹 상황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상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파편적인 정보, 인상, 오해가 동남아 국가의 사회적·정치적 구조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사례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끊임없이 변이를 만들어 내고 감염병 특징도 함께 변화함에 따라 코로나 대응 전략과 코로나에 대한 인식 자체도 빠르게 변했다. 또한, 코로나가 가져온 급격한 사회 변화 역시 역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영향을 미쳐 왔다. 그렇기 때문인지 동남아시아 국가의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당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분석 이상의 함의를 찾아낼수 있는 부분이 많다. 2020년의 코로나19 상황과 국가별 대응에 대한 기록인 이책은 감염병 통제를 통해 개별 국가의 면면을 이해하고 재해석할 만한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감염병 대응 역량은 국가의 정치경제와 사회구조, 지리적 특징과 국제사회에서의 정치경제학적 위치가 복합적으로 발현되어 나타난 결과이며 국가별 확진자의 추이와 질병의 통제, 사회적 제재 방식 역시 이러한 복합요인과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