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하여 신흥공업국인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동아시아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들 네 국가는 2000년대 이후 서로 상이한 발전추이를 보여 주고 있는데, 예컨대 싱가포르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반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대만, 홍콩은 상대적으로 저성장의 추이를 보여 준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대만보다는 높지만 싱가포르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특히 대만은 네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1인당소득 수준을 유지하다 2010년대 이후 더욱 경제활력을 잃어, 정치적 불만과 갈등이 보다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2020년 코로나 위기 이후 대만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대만은 코로나팬데믹 위기에 안정적 방역관리체계를 보여 줌으로써 경제적으로도 가장 피해를 적게 본 국가로 손꼽힌다. 코로나 위기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됐음에도 수출, 투자가 예상외로 선방해 세계적인 역성장 흐름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2020년 경제성장이 3.1%를 웃돌면서 중국(2.3%)과 한국(-0.9%)을 앞질렀다(그림 1). 대만은 29년 만에 중국 본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루었고, 팬데믹 위기는 대만의 발전궤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 위기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대만이 왜 그 이전까지 다른 동아시아 발전국가와 비교해 볼 때 저성장의 추이를 지속했는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며 그 원인을 세밀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 한국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대만은 위기를 피해 감으로써 대만의 발전모델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만은 특유의 혁신적 성장을 지속하지 못하였다. 대만은 2003년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뒤처지는 상황을 맞이한 이후 2019년까지 저성장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그림 2).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대만의 연평균성장률은 3.5%로서 고도성장기였던 1970년대 9.7%의 1/3 수준이자 1990년대 연평균성장률인 6.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2001년에는 –2.2%, 2009년에는 –1.8%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아울러 2000년대 이후 저성장-저투자로 인해 대만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업률 또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