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본 정치경제 모델 변화의 성격을 규명하고, 변화의 과정을 동태적으로 설명하는 데 목표가 있다. 추격의 완수에서 시장 개방과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경쟁의 증가와 같은 경제 구조적 요인에서 선거제도 개혁 효과와 정당 체제의 개편과 같은 정치적·제도적 요인과 인구 구조의 변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정치경제 모델의 변화를 촉진한 요인은 무수히 많다. 1990년대 이후 변화의 압력에 장기간 노출되었던 일본 정치경제 모델은 2008년 이후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진입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09년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2012년 자민당의 재집권 등 2008년 이후 일본의 정치경제는 국내외적 위기의 연속이었다(Kawai and Takagi, 2009; Katada, 2013; Katz, 2014).
이 연구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본 정치경제 모델의 변화를 연속성 또는 단절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연속성과 단절의 이중 동학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Mizobata, 2011). 구체적으로 일본 발전모델의 변화를 균형의 수립, 약화와 이완, 새로운 균형의 모색이라는 동태적 변화의 시각에서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첫째, 1990년대 이후 축적된 변화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금융 위기 이후 국내외 위기가 중첩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발전주의와 후견주의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추구한 점에 주목한다. 일본의 전통적 정치경제모델은 발전주의와 후견주의 사이의 균형 위에 수립·운영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재집권한 아베 정부는 발전주의와 후견주의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면서 정치경제모델의 변화를 꾀하였다. 새로운 균형은 발전주의에서채택된 주요 정책과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특수이익의 영향력과 이익을 증폭시키는 후견주의의 문제점을 개선할 때 가능한 것이었다.
둘째, 아베 정부가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동원한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아베 정부는 우선 과거 자민당 정부와 민주당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점진적 개선 또는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단절과 연속이라는 이원적 접근을 추구함으로써 발전주의와 후견주의의 개선을 시도하였다. 아베 정부는 더 나아가 발전주의와 후견주의 사이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접점을 발굴하는 노력을 병행하였다. 이는 개별적 접근으로는 1990년대 이후 발전주의와 후견주의 사이의 균열과 그에 따른 산업구조의 이원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