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발전모델은 변화했는가? 공식적으로 중국은 1970년대 말 시작된 개혁개방의 산물인 ‘중국적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적 시장경제(中国特色社会主义市场经济)’라는 발전모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정책의 추진으로 중국의 발전모델이 동아시아 발전국가와 유사해졌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시진핑 정부가 취임한 이후 시장 메커니즘이 위축되고 정부 개입이 증가하는 국진민퇴(国進民退)의 결과로 발전모델이 국가자본주의로 변모했다는 견해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서 국가주도 산업정책이 강화되어 왔다. 시진핑 정부는 무역전쟁 이후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시장 관계의 변화가 발전모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만약 산업정책이 민간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중국의 발전모델은 동아시아 발전국가에 더 근접할 것이다. 반대로 산업정책이 민간기업의 자율성 성장을 억제·왜곡한다면, 중국의 발전모델은 국가자본주의로 변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 글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정책의 분석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발전모델의 변화를 평가한다. 반도체 산업이 산업정책과 발전모델을 대표하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이 미중 전략경쟁과 경제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대규모 산업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점에서 반도체 산업정책은 발전모델의 변화를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사례라고 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