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용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명재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2021년 1월 베트남공산당은 제13차 전국대표회의(이하 당대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30년까지 베트남이 중상소득(uppermiddle income) 국가로 발돋움하고 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는 고소득(high income) 선진국이 되겠다는 야심 찬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이한우, 2021: 384).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선언 후 지금까지 35년간 연평균 6.5%의 경제 성장을 달성한 베트남이 204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5,000달러 수준의 고소득 국가가 되기 위해선 앞으로도 25년간 최소한 그 정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치사슬의 노동집약적 제조공정을 유치해 산업화에 성공하며 중하소득(lowermiddle income) 국가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베트남이 앞으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극복하고 고부가가치를 낳는 산업화 고도 단계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베트남은 과연 아시아의 네 마리 용(Asian Tigers), 그리고 중국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동아시아에서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현시점의 전망은 상당 부분 베트남 발전모델의 성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 베트남의 발전모델은 동아시아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에 근사하는가(Beeson and Pham, 2012)? 혹은, 중국이 한국이나 대만 등 전형적인 동아시아 발전국가와는 구분되는 나름의 독자적 발전모델이라고 한다면, 베트남의 발전모델은 최소한 중국의 그것과 궤를 같이하는가? 아니면 베트남의 발전 양상은 동남아시아의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보여 준 다분히 지대 추구적(rent-seeking)이고 정실 자본주의적(crony capitalism)인 발전모델, 즉 “모호한 수준(intermediate)의 발전국가”(Doner et al., 2005) 내지 “유사품(ersatz)발전국가”(Pempel, 2021)에 더 가까운가? 혹은 심지어 약탈적 국가의 면모가 두드러지는가?

베트남은 어떤 발전모델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글은 동아시아 발전국가의 제도적 특징이 열거된 리스트를 일별하며 항목별로 그 유무를 조사하거나, 기업 수준 특성 및 국가-기업 관계를 중심으로 어떤 유형의 자본주의 모델인지를 파악하는(Walter and Zhang, 2012) 협소한 제도주의적 분석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큰 틀에서 베트남 정치경제의 작동원리를 밝히고자 한다. 펨펠(T. J. Pempel)의 분석틀을 빌리자면, 이 글이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국가, 사회, 경제 패러다임 등 정치경제를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 어떤 특성을 나타내며 이들이 하나의 일관된 전체로서 베트남을 어떤 유형의 레짐(regime)으로 구성하는가(Pempel,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