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덩샤오핑과 간디의 만남에서 논의된 아시아의 세기(the Asian Century)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아시아가 가지는 무한한 잠재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임현진 2016: 5). 임현진 외(2021: 25)가 지적했듯, “아시아·태평양권은 전 세계 인구의 40%, 지표 면적의 32%, 국민총생산의 55%, 에너지 소비의 49%, 교역의 65%”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다자적 협의체인 APEC, ASEAN, RCEP 등은 규모 면에서 NAFTA나 EU를 능가할 정도다. 이처럼 아시아가 세계역사의 중심부로 다시금 등장하게 되자, 아시아를 이해하려는 새로운 논의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e.g., Arrighi, 2007; Chang, 2014; Duara, 2014; Frey and Spakowski, 2016; Funabashi, 1993; Mahbubani, 2008; Mulakala, 2021; Saaler and Szpilman, 2011).1 본 연구는 이 가운데 ‘메가아시아’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메가아시아는 탈냉전 이후 세계질서의 변동, 아시아의 지정학적 동학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하나의 초국가적 단위체로서의 아시아를 분석하고자 만들어진 개념어인 동시에 기존의 아시아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인식론적 방법이다. 더불어 메가아시아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여러 아시아의 물적·이데올로기적 교류 및 네트워크들을 포함하는 역사적 접근법이기도 하다.
메가아시아가 초국가적인 지역단위체라고 할 때,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지역’의 의미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어샤이머(Mearsheimer, 2001)가 지역영토(regional territoriality)라는 개념을 선보인 이래, 많은 국제관계 연구자들이 지역을 하나의 분석단위로 간주하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국가기반의 연구들의 경우, 종종 지역 공통성(혹은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지역 기반의 헤게모니 투쟁(예를 들면 1945년부터 1990년 사이에 일어난 미-소 간 지정학적 갈등)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에, 지역 단위에서 확인되는 동학을 살펴보는 새로운 분석단위가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미어샤이머는 특정 지역 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를 가리켜 “지역 패권(regional hegemon)”을 가진 나라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부잔과 왜이버(Buzan and Waever, 2003)은 지역단위에서 형성된 안보 역학(security dynamics)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지역단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마이어스(Myers, 1991)는 지역패권을 가진 국가들의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마이어스에 따르면,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초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줄어든 대신, 지역 헤게모니 세력들(예를 들면 중동의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지역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아시아의 인도, 동남아시아의 중국, 남미의 브라질)이 크게 두각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더해 프라이스(Prys, 2010)는 지역 패권국들이 행사하는 여러 가지 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지역 패권국들은 때로는 지역적 차원에서 협동적 상호작용을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비협조적 상호작용을 보이기도 한다고 프라이스는 지적했다. 프라이스의 관점을 보다 발전시킨 데스트라디(Destradi, 2010)는 지역 패권국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3가지(“강압적 방식”, “이익-협동적 방식”, 그리고 “공통의 목적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를제시했다. 이들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적어도 이론적으로―초국가적인 단위로서의 지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연구단위로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