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이 시작되었다. 전환은 24시간 주기로 실행된다. 지금이 바로 시간을 분할하여 사용하는 공간 전환 시점이다. 세상이 뒤집힌다. … 희미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도시 하나가 자신의 몸을 접어 지면을 향해 수렴한다. 빌딩들이 비천한 종복이 그러듯 고분고분 허리를 구부리고, 몸을 잘라 머리와 발이 맞닿게 한다. 그런 다음 머리와 팔을 구부리고 접어 틈새로 밀어 넣는다. 마천루는 접힌 다름 새롭게 조립된다. 수축되어 자리 잡은 모양새가 마치 루빅큐브를 보는 듯하다. 빽빽하게 서로 몸을 붙이고서 한데 모여 깊은 잠에 빠진다. 그런 다음 지면이 뒤집힌다. 작게 분할된 구역별로, 땅덩이가 축을 중심으로 180도 빙글 돌아 반대쪽 면을 드러낸다. 반대쪽 세계의 건축물이 지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빌딩들이 접힌 상태에서 몸을 펴 일어선다(하오징팡, 2018: 19, 21-22).
위 인용 글은 2016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을 받은 하오징팡(郝景芳)의 중편소설 「접는 도시」에 나오는 거대도시 베이징의 미래 전경이다. 엄청나게 불어난 베이징의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고위 관료와 정책 개발자들은 네모반듯한 큐브 형태로 도시를 접어 24시간을 주기로 지반을 뒤집는다는 기발한 방식을 고안한다. 이 ‘접는 도시’는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대지의 한쪽 면은 500만 명이 사는 제1 공간으로 아침 6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가 할당된다. 제1 공간이 휴면에 들어가면 대지가 뒤집히고, 반대쪽의 제2, 제3 공간의 활동이 차례로 시작된다. 제2 공간의 인구는 2,500만 명이고, 둘째 날의 아침 6시부터 밤 10시가 할당된다. 제3 공간에는 5,0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가 활동 시간이다. 이처럼 제1 공간 사람들은 지반의 한쪽 면과 24시간을 온전히 사용하는데, 이에 반해 제2 공간과 제3 공간 사람들은 지반의 다른 한쪽 면을 함께 사용하기에 나머지 24시간 중 각각 16시간과 8시간만을 할당받는다. 즉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자원으로 여겨졌던 시간이 ‘접는 도시’에서는 공간을 기준으로 “심혈을 기울여 최선의 방식으로 분배”된다(하오징팡, 2018: 22). 이러한 ‘불평등한 시간 배분’으로 대부분이 쓰레기 처리 노동자인 제3 공간 사람들은 48시간 중 8시간만 깨어 있고, 나머지 40시간은 최면 가스를 마시고 강제로 잠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