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적으로 시의적절한’ 주제라는 점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전 세계가 역사적으로 아시아에 호기심을 품었다는 점과 더불어 아시아가 지구사(地球史)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참여자라는 점은 특별히 아시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에 대한 이러한 호기심은 과연 얼마나 ‘세계적’인가?
북대서양사(즉, 유럽사와 북미사)에 대한 인식만큼 아시아를 아프리카 혹은 라틴아메리카와 이어주는 역사를 잘 알고 있는가? 독일, 네덜란드, 미국, 영국의 ‘오리엔탈리즘’에 관해 아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가나, 페루, 베트남의 지적 전통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1. 개념적 제국: 공간에 대한 상상과 아시아
아시아에 관한 전 세계적인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동방(Orient)’을 바라보는 유럽의 시각이다. 처음에 이러한 관점은 지식의 형태로 구축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상상력이라는 모양새를 갖추었고, 궁극적으로는 식민 권력구조에 이용되었으며 이는 다시 서구의 지배와 불가분의 연관성을 맺는다. 이것이 곧 호세 F. 페레이라 마르틴스(José F. Ferreira Martins), 안와르 압델-말렉(AnouarAbdel-Malek), 그리고 훗날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오리엔탈리즘’을 개념화하면서 제기한 비판의 본질이다. 즉, 상상력은 권력이며 지식은 타자에 대한통제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Martins, 1950; Abdel-Malek, 1963; Said,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