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아시아연구소에서 초청을 받아, 이렇게 서울대학교에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특히 올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지 70년, 즉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서 해방된 지 7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이며, 이와 동시에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한 대단히 중요한 해입니다. 이와 같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함에 있어서 중요한 해에 초청해 주신 점을 감사드리며, 여러분과 함께 한일관계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가깝고도 가까운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합니다. 또한, 나 스스로의 개인적인 화제나 인생철학에 관해서도 함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세계를 바랍니다. 그리고 특히 이웃 국가들이 사이 좋게 협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웃으로부터 여러 가지은혜나 영향을 받아 왔으며, 앞으로도 서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이웃끼리 증오하게 되면 서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반대로 이웃끼리 사랑을 나누면 서로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한층 더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일본인들 대부분은 천황을 존숭(尊崇)하고 있습니다. 1990년 5월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궁중 만찬회 자리에서, 현재 천황인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한반도와 일본과의 길고 연이 깊은 교류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쇼와천황(昭和天皇)께서 ‘금세기의 한 시기에 있어 양국 간에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이 상기됩니다.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 국민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며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고 사죄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생일을 맞이한 천황이 스스로 “간무천황(桓武天皇)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에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느낍니다.”라며 종래의 일본에서 금기시되어 온 발언을 했습니다. 아키히토 천황이 스스로 황실의 핏줄에 대해서까지 언급한 것은 현재의한일관계를 우려하고 과거에 교류가 왕성했던 시기의 한일관계를 다시 되찾고 싶다는 의사 표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