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효선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강사)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소설 『동조자(The Sympathizer)』(2015)는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 통치 하에 있던 시절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는 소설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베트콩의 스파이로서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 씌어 왔던 베트남 전쟁 서사에 저항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하며, 기존에 목소리 없는 피해자로만 여겨져 왔던 혼혈인 및 난민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해석해 낸다. 본 글에서는 혼혈인 주인공이 전쟁 난민 경험을 하며 세계의 주변부로 밀려남에도 그가 가진 서사적 권위를 활용하여 어떤 방식으로 중심부 역사 서술의 틈을 포착하고 균열을 내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특히 그가 혼혈인을 비하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어야 했던 바스타드(bastard)라는 모멸적인 단어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의 중심축에 두고 있음에 주목할 것이다. 그리하여 『동조자』 속 화자의 정체성의 핵심에 있는 혼혈인으로서의 경험이 그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바스타드를 어떻게 수정적 역사 서술의 주체로 세우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시아계 혼혈인, 아메라시안, 유라시안, 베트남 전쟁, 『동조자』, 비엣 탄 응우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