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남섭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연구조교수)

이 연구는 아르달란 가문의 전근대사를 거점 산성 중심으로 재편하는 시도다. 자그로스와 타우루스산맥에서 살던 쿠르드인들은 지배권을 행사하는 혈족 가문으로 성장했으며, 정치와 군사의 거점이던 산간의 성채에서 다양한 무슬림 제국과 접촉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가문들은 스스로 과시할 만한 연대기를 편찬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들의 역사 대부분은 외부인들이 남긴 파편적 기록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연구자는 쿠르드 가문 중에 예외적으로 많은 문헌기록이 전하는 아르달란 가문의 전근대 역사를 거점 산성의 확보, 활용, 포기를 중심으로 각각 지배세력의 구축, 유지, 상실기로 나누어 검토했다. 이를 위해, 13~15세기에 이 가문의 군주들이 세력을 확장하며 계곡과 언덕의 산성을 점령한 순서와 배경을 살폈다. 그리고 16세기 오스만조와 사파비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르달란 군주들이 네 산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생존을 모색하던 방식과 의미를 확인했다. 또한, 17~19세기에 이 가문이 타의적으로 네 산성을 모두 포기한 이후 쇠락을 거듭하다가, 최종적으로 카자르조에 지배권을 상실하고 몰락한 과정을 살폈다. 이러한 포괄적 검토를 바탕으로 전근대 쿠르드 지배가문들이 거대 제국들에 저항과 복속을 거듭한 역사적 단면을 확인해 보고자 했다.

주제어: 쿠르드 지배가문, 아르달란 가문, 성채, 입지 조건과 정복 순서, 전략적 활용과 생존, 포기와 자치권 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