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아시아를 말하기 전에 우선 동아시아를 말해보자. 동아시아론은 한편으로 탈식민주의적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동아시아를 서구적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른 한편으로 탈근대적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동아시아를 서구 중심의 근대에 대한 대안적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 동아시아론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 사이 동아시아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확보하였으나 이후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였다. 메가아시아라는 개념이 이러한 동아시아론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라면 이는 중요한 참조점이 아닐 수 없다. 동아시아를 말하는 것은 한국발 지역주의가 갖는 사상적 과제를 도출하는 한 통로가 되며, 메가아시아를 분석적으로 독해하는 토대 또한 되리라 판단된다.
동아시아론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역에서 진행된 탈냉전, 유럽 지역 통합체의 등장, 그리고 근대화론의 쇠퇴와 포스트식민주의 담론의 등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된 담론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서구의 시선 또는 서구의 시선을 장착한 일본의 시선에 기초한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연구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가 없지 않았다. 탈식민적이고 탈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아시아와 중국을 재구성하려 하였던 다케우치 요시미(竹内好)와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 조공과 책봉으로 식민과 냉전 이전 동아시아 세계를 재발견한 하마시타 다케시(濱下武志)와 니시지마 사다오(西嶋定生)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시아연대론(アジア連帯論), 대동합방론(大東合邦論), 동아연맹론(東亜連盟論), 동아협동체론(東亜協同体論) 같은 침략적 지역주의의 그림자와 지역에 드리운 냉전의 그림자를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