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신재 (군사편찬연구소 조사연구부장)
I. 역사의 풍경화에 빠져 있던 이야기
냉전사 연구자 개디스(Jonh Lewis Gaddis)는 자신의 저서 『역사의 풍경(The Landscape of History)』에서 역사가를 화가에 비유하였다. 화가가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을 그리듯 역사가 또한 역사라는 풍경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가나 역사가가 그리는 풍경이 처음부터 완전하기란 쉽지 않다. 풍경 어딘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마련이고, 역사도 오랜 시간 베일에 가려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밀스러운 나라’의 역사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냉전기 북한과 베트남 관계도 그러했다. 1950년 국교를 맺은 두 나라가 걸어왔던 길을 우리는 잘 알지 못했다. 두 나라의 관계 속에는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베트남전쟁이라는 ‘거대한 풍경’이 놓여 있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간간이 북한의 참전에 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지만, 북한과 베트남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