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준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I. 머리말

2020년 3 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함께 순식간에 멈춰진 국제항공기 운영과 폐쇄된 국경을 보면서 국제이주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글로벌 이주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Gamblen, 2020). 백신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국경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실업률과 반이주민 감정 증가 등등으로 글로벌 이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계화 또한 멈추는 것을 넘어서 퇴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2년 후 이 같은 전망은 사라지고 오히려 기후변화 난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같은 정치적 ·군사적 대립, 경제 위기 등등의 다중적인 위기(polycrisis)로 인해 국제이주는 다시 급증하였다. 2022년 OECD회원국 과반수 이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주노동자 고용률을 기록하였으며 정주형 이주가 2021년에 비해 26% 증가하였고 이 중 40%를 가족 이민이 차지하고 있다(OECD, 2023). 한국의 경우 2023년 5월에 재한 외국인 규모가 2019년 수준에 근접했으며 2024년에는 초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3). 최근 한국 정부는 2024년에는 16만 5,000명의 이주노동자를 추가로 데려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한겨레, 2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