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임수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센터 공동연구원)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사회에서는 ‘인민’을 위한 ‘사회주의문명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비전이 대대적으로 선포되었다.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의 비전에 맞추어 평양을 시작으로 주요 지방 곳곳에 ‘인민’을 위한 ‘현대적’이며 ‘과학적’인 건물, 거리, 공공시설이 활발하게 건축되었다. 본 연구는 김정은이 새롭게 선포하고 있는 ‘인민’을 위한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의 담론과, 현재까지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도시개발을 주목하여, 이들 사회담론과 개발의 실제가 어떻게 연결되고, 이들이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도시이론을 차용하였다. 르페브르가 논의하는 공간 생산의 3가지 차원, ‘공간 재현’, ‘재현 공간’, ‘공간적 실천’을 고려하여, 북한 도시공간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북한의 정치엘리트들의 공간 구획, 도시 공간의 이미지와 상징을 살펴볼 수 있는 북한의 사회담론, 실제 공간을 전유하며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북한 도시민들의 공간 경험을 살펴보며, 김정은 정권의 북한 도시공간이 어떻게 설계되고, 인지되며, 실제 수행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최고지도자 우상화를 도시개발의 최우선적 목적으로 강조하던 이전의 정권과 달리, 김정은 정권은 ‘인민’의 ‘문명한’ 삶의 질 제고를 강조하며 도시개발 및 건축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문화·체육시설 및 살림집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인민’을 위한 사회건설의 비전 속에 수행된 도시개발의 모습은, 실천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일반주민들의 삶과는 많은 괴리가 있었다. ‘모든 인민’의 ‘문명한 삶’을 위해 건설되었다고 선전된 ‘사회주의문명’의 도시 공간들은, 실제 인민이 원하는 공간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생활 속 부담요소로 작용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주제어: 앙리 르페브르, 공간이론, 북한도시, 김정은 정권, 평양, 삼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