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해영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

본 논문은 중국 톈진시 교외의 한 계획신도시에서 수행한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농민공 집단의 열악한 주거조건이 재생산되는 복잡한 과정에 주목한다. 기존 연구들은 도시지역에서 농민공들의 주변화된 위치가 주거조건에도 반영되어 왔다고 주장하며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호구체계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해당 신도시에서는 농민공들의 주거조건 개선과 공공서비스 공급을 위해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공공기숙사를 공급해 왔지만 외부의 열악한 주거장소는 유지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오히려 농민공들의 존재 상태이자 삶의 전략인 유예가 이들의 열악한 주거조건이 재생산되는 중요한 기제라고 주장한다. 높은 이동성을 바탕으로 단기체류와 순환 이주를 반복하며 일상적인 삶을 유예해 온 건설노동자들 에게 건설현장이 위치한 도시지역에서 더 나은 주거환경은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건설업의 기숙사노동체제가 구현하는 노동력 사용의 극대화와 효과적인 일상적 재생산은 건설노동자들에게도 합숙소의 조건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건설 붐을 뒷받침해 온 중국 국가의 토지중심 발전 전략은 건설노동자들이 도시주택의 소유권을 통하여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하는 데에 기여함으로써 새로운 유예 조건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주제어: 중국 건설노동자, 농민공 주거, 유예, 기숙사노동체제, 토지중심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