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옥창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정치학전공 조교수)

I. ‘인도-태평양’의 부상

2023년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동아시아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최근 행보를 한 번 따라가 보자. 일본에서 12년 만에 열린 한일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총리는 인도양의 핵심 국가인 인도로 이동했다. 여기에서 기시다 총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재차 환기했다. 이와 같은 행보가 지향하는 바는 명백했다. 이제 일본은 인도양과 태평양이라는 두 개의 대양을 연결하는 해양국가로 자기를 규정하고자 했다. 이는 섬나라로서 해양이 지정학적 운명일 수밖에 없는 일본의 자기 확인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자유롭고 열린”이라는 수식어는 명실상부하게 ‘비자유주의적’인 국가들, 특히 중국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발 개념인 ‘인도-태평양’은 부상하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전략적 견제와 맞물리면서, 국제정치적으로 공식 시민권을 얻었으며 이는 일본-인도-호주-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느슨한 조직체인 ‘쿼드(Quad)’로 구현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