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황의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I. 중동, 우리에게 너무나 먼 타자

중동은 어떤 지역일까? 많은 한국 사람이 중동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이슬람, 테러, 전쟁, 극단주의, 석유와 같은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중동은 히잡을 두른여성,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 메카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자들의 모습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의 땅이다. 때때로 이슬람은 중동을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문화가 만연한 곳으로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동은 전근대적인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지역이고, 여성이 자유로운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정숙한 옷차림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기도 하고 남성은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으며 도둑은 손목이 잘리는 그런 곳으로 묘사된다. 천 년도 전에 만들어져 시대에 뒤떨어진 규범이 여전히 작동하고 그렇기에 변하지 않는, 또는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이 바로 중동이다, 중동은 또한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 활개를 치는 위험한 땅이자 이라크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23년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항상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있는 ‘세계의 화약고’다. 독재와 인권 탄압, 좌절된 민주화 역시 중동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