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자연을 사회로 들여오기, 그 너머
행위자-연결망 이론 입문자들에게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이 된 미셸 칼롱(Michel Callon)의 “번역의 사회학의 몇 가지 요소들” 논문은 “가리비와 생브리외 만(灣)의 어부들 길들이기(Domestication of the Scallops and the Fisherman in St bruice Bay)”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용어인 문제제기(problematization), 의무통과점, 관심끌기(interessment), 등록하기(enrollment), 동원하기(mobilization) 등을 소개해 자주 인용되는 이 글은 “사회학자가 묘사하는 사회가 자연을 마주할 때는 언제나 사회가 마지막으로 발언함으로써 자연의 입을 막는”(칼롱, 2010: 60)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한다. 과학과 기술을 설명하는 방식 그리고 자연을 묘사하는 데 있어 사회과학에 주어진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제시된 ‘번역의 사회학(Sociology of Translation)’은 1) 관찰 대상(자연)만이 아니라 관찰자(사회학자)의 정체성도 여전히 협상 중이라는 불가지론, 2) 자연과 사회 모두 구성적이라는 일반화된 대칭성, 3)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는 기존의 분석을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포함한 행위자들이 상이한 요소를 정의하고 결합하는 자유로운 연합이라는 세 가지 원칙 속에서 구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