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잉그리트 미테 (독일 기센대학교)

이 글은 소련형 대학에만 존재했던 ‘노동자학부’의 내용을 다룬다. 소련형 대 학은 특히 다음의 내용을 중심으로 유럽 대학들과 비교 및 분석 작업을 거쳤다.

첫째, 자치적으로 운영되던 대학에 제한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대학이 중앙집 권 구조로 변모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둘째, 대학에 당 조직과 청소년 단체가 설립되면서 기존에 대학을 주도하던 공산주의 및 당파적 조직의 역할을 유지하는 과정을 고찰했다.

셋째, 인문학과 일반 교양에 집중하던 대학의 기능을 정치적-교육적, 공리주의적-실용적 교육 등으로 확대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인문학과 사회과학 과목을 줄이면서 자연과학과 공과대학의 학업 과정을 늘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넷째, 의무 학과목으로서 마르크스-레닌주의 관련 수업을 도입, 이러한 세계 관을 담은 교과내용이 관철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등교육 전반에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화를 야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대학의 전통과 관심을 사회주의 계획경제 조건하에 두고 있는데, 즉 신입생 수, 학과 확충, 대학 설립 등이 경제적 요구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을 살 펴보았다.

여섯째, 대학생과 교수진이 대학의 ‘프롤레타리아화’를 기치로 협력하여 목표 지향적인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프롤레타리아화가 기회 균등 달성이라는 사회정치적 목표를 최우선으로 추구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의 사회 정치적 목표란 대학 내 정당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권력정치적 기대감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다른 비교 항목들이 있으나 명확하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특히 과학아카데미)나 전문화된 대학의 건립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런 항목들이 결코 소련형 대학만의 특징은 아니다. 공산화가 시작되기 전에 유럽의 많은 국가(예를 들어, 프랑스나 독일)에도 과학아카데미는 존재했다. 그래서 과학아카데미의 존재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공산화 과정의 일부로 생성되는 새로운 정치적 방향성이 더 중요했다. 또한 공산화의 관점에서 설명되는, 모든 전공에 대한 일괄적인 교과과정의 도입도 소련형 대학만의 특징은 아니다. 늦어도 1990년대부터 유럽의 대학에서 활발하게 시작된 볼로냐 개혁1은 이른 바 ‘모듈화’ 형식으로 모든 전공 분야에 중고등학교 식의 교육과정을 초래했다.

이 교육과정은 공산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었으므로, 공산화 과정에서 일반화시킬 수 없었다.

이 글에서는 프롤레타리아화 과정에서 보여준 소련형 대학 내 사회적 구성의 변화를 조명한다. 프롤레타리아화는 단순히 기회의 균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언급되는 요구이며, 때때로 교육정책 목적의 프로그램 촉진을 위한 요구도 의미한다. 나아가 대학 수업을 듣는 노동자와 농민이 공산주의 정당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권력의 확대도 의미한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화와 관련된 인적 범위를 확대시키는 목표는 개 인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요구와 연결된다.

소련형 대학의 프롤레타리아화 촉진의 핵심은 새로운 학과, 이른바 노동자학부의 신설이었다. 소련 연방국에서 처음 시작된 노동자학부는 이후 10년간 다른 사회주의 국가 및 주변 국가들로 저변이 확대됐다. 그리고 소련의 영향력, 특히 나라마다 다른 역사적·문화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학부가 어떻게 각 국가에 안착했는지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후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한 세기에 걸친 전세계적인 발전 과정에 주목하게 되면 위에서 언급됐던 공산화에 대한 기준들은 점점 더 그 설득력을 잃는다.

본 연구 조사는 독일 학술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2개의 프로젝트, 즉 독일민주 공화국의 노동자-농민학부의 역사에 관한 프로젝트와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쿠바, 베트남, 모잠비크의 노동자학부 프로젝트의 자료를 참고했다. 모든 사례연구는 국가별로 다양한 기록과 인터뷰를 토대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