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모델이라는 것은 대학의 존재방식이며 대학이 현실에서 객관적으로 존 재하는 외부환경에 대한 모방이고 제도적인 배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학의 제도, 대학의 역량, 대학 관리기제, 전공과 커리큘럼 설치, 인재 양성 등 형식적인 ‘도구’와 이러한 표상 가운데 심층적으로 존재하는 대학의 이념과 대학의 정신이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중국의 대학교육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엽 에 시작된 것으로 백여 년 남짓한 역사적인 발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외국의 대학 모델을 거울로 삼으면서 자국의 대학을 발전시켜온 결과다. 따라서 중국의 대학제도에는 외국의 대학 모델을 이식해온 특징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근대적인 고등교육에 있어서 중국은 후발국가로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 국의 대학 모델을 이식하는 것은 자국의 고등교육을 신속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중국의 고등교육은 일본, 독일, 미국, 소련 등의 선진국들의 경험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체의 발전 경로를 탐색해왔다. 이에 이 글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후, 소련형 대학 모델의 이식과 그 탈피 과정의 분석을 통해 중국 고등교육제도의 특징과 발전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의 근대교육사에서 최초의 대학교육은 1862년, 양무운동 가운데서 건립된 신식학당인 ‘경사동문관(京師同文館)’의 설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경사동문관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언어학 과목의 개설에서 시작해 천문(天文), 수학 (算學), 지리(地理), 전기학(電學), 국제공법(公法) 등 자연과학과 기타 응용학문 과목을 신설하고 교과 과정을 개설했으며, 과학기술을 습득하는 신형의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중국 고등교육의 근대화에 기여했다. 1895년 갑오전쟁 이후 중국 의 고등교육은 외국의 고등교육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1896년 7월, ‘경 사대학당(京師大學堂)’의 설립은 일본 대학제도의 모델을 고등교육에 도입한 최 초의 시도였다. 경사대학당은 ‘전인인재육성’을 목표로 서양의 선진적인 과학기 술뿐만 아니라 서양의 사회, 정치, 경제, 법률, 관리 등 다방면의 지식을 학생들 에게 전수했다. 경사대학당에서는 1910년 경과(經科), 법과(法科), 문과(文科), 이 과(理科), 농과(農科), 공과(工科), 상과(商科) 등을 설치했다. 이로써 사서오경(四書 五經)이 대부분이던 봉건적인 학술 형태에서 분과적 학문이 형성된 현대적인 학술 형태로의 변혁을 이루었으며 대학 학과체계의 초보적인 형성을 이루었다. 경 사대학당은 명실공히 근대적 형태의 대학인 베이징대학으로 부상했는데 이러한 변화는 차이웬페이(蔡元培)가 독일대학의 이념을 본보기로 주도한 교육개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학술지상주의와 학술자유정신, 대학자치정신을 고취하고 학생들의 “건전한 인격과 개성의 배양”을 교육사상으로 제기했다. 또한 교수치교 (治敎)를 실행하고 학생들이 자기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