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인류의 발전과정과 함께해 온 매우 오래된 현상으로 주어진 사회의 구조와 연계되어 사회발전과정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이 사회구성원이 선출한 대통령 권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는 비리유형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발생하고 있으며, 특정 국가에 국한된 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지형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정부패를 숨기거나 방조하면서 연고주의(nepotism)와 정경유착 등의 파행으로 이어져 더 악화된 형태의 부패 행태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살피고 정도를 가도록 보좌해야 할 참모진과 정치인들의 왜곡된 언행으로 사회구성원의 정부조직과 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부패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부패현상의 지속성과 급격한 분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반(反)부패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부패현상은 최근의 사례들만 살펴봐도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며 이에 관한 연구 주제는 학문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의 핵심적인 현안이기도 하다. 예컨대 아시아 각국의 정부 고위층에서 발생한 부패사안은 정경유착과 국가포획 (state capture)의 전형을 보여주며 입법, 사법, 행정부의 신뢰에 커다란 영향을 미 치고 있다. 물론 반부패 노력도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홍콩은 1948년, 싱가포르는 1960년, 말레이시아가 1961년, 태국은 1975년에 이미 부패방지법을 제정하여 강력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국가들의 부패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부패와 반부패의 상호작용은 정치적 대중영합주의(populism)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부패 및 특권 의 악순환을 단절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노력에 몰입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잘못된 부패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대부분 사회적 냉소만 받을 뿐이다.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오히려 부정부패를 자행할 때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며, 급기야 정직과 신뢰를 보여줘야 할 당사자가 사안을 부인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면 구성원들은 실망을 넘어 사회적 분노가 누적되어 갈 수밖에 없다. 부패문제는 사회 전체의 병적인 요소로서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며, 따라서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