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지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HK조교수)
올해 2월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전 이후 단일 정당 최초로 개헌안 발의선을 넘겼다. 개헌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과 무력충돌로 전쟁포기 조항을 포함하는 현행 헌법이 파병을 회피하기 위한 카드로 잠시 사용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에서의 패전 후 전시와 단절된 ‘전후’라는 시대정신 속에서 평화와 민주를 근본이념으로 하여 성립한 것이 현행 헌법이다. 거듭 종언이 선언되면서도 이례적으로 길게 지속되었던 일본 특유의 ‘전후’의 끝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 시점에 ‘전후’적 패러다임의 재고가 한창 본격화하던 탈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전시 일본의 제국주의를 사회문화사 시각에서 풀어낸 영미권의 대표적인 저작을 한국어 번역본으로 다시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일본의 총력 제국: 만주와 전시 제국주의 문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