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중국 관료들이 당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었던 사형수들에 대한 비윤리적인 장기적출을 2015년 1월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서 구의 단체들은 지지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양심수들은 중국의 발표에서 제외 되었고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현재까지 이에 대하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인권에 관한 국 제사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국내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 내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으며 이는 종종 미중 양국 간의 중요한 외교문제로 여겨져 왔다.
현재 중국은 주요한 국제 인권조약들에 가입되어 있지만 중국의 인권담론과 인권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간극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개적 비난(name and shame)’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인권에 관한 갈등은 중국정부의 평판(reputation)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미중 간의 인권외교 분쟁에서 양국은 어떠한 전략을 추구하는가? 중국의 인권 및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는 미중 간의 세력전이 가능성과 관련하여 향후 동북아의 정치적 질서뿐만 아니라 규범적 질서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미중 간의 인권 갈등을 다루는 기존의 많은 연구들은 문화 및 역사적 요인에 중점을 두고 미중 간의 상이한 인권 해석에만 국한된 측면이 있기에(김영진, 2012: 3-4) 인권에 대한 외교적 갈등 이면에 있는 양국의 전략적인 측면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서구의 가치와는 다른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를 미중 간의 인권 갈등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주장하는 기존의 여러 연구들과는 달리 최근 중국은 보편적인 인권원칙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명해 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저자는 미중 간의 규범 및 가치관의 충돌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관점이 아닌, 미중 양국이 중국 내 인권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저자는 인권분쟁의 전략적 측면을 조명하기 위하여 중국 내의 청중(domestic audience)과 국제사회의 청중(international audience) 모두가 인권분쟁의 주요한 관찰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본 연구는 인권분쟁에서 국내청중과 국외청중이 형성하는 중국정부의 서로 다른 두 평판―분리 독립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단호하게 응징하는 평판’과 ‘국제법 및 인권을 수호하려는 평판’―에 주목하고, 서로 다른 두 평판에 내재된 상충관계(trade-off) 속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각 어떠한 전략을 취하는지 고찰해 본다. 본 논문에서 국가의 ‘평판(reputation)’이란 특정 국가의 과거 행위에 근거하여 다른 국제관계 행위자들이 해당 국가의 기질이나 경향에 관하여 갖게 되는 믿음이라고 정의한다(Dafoe, Renshon, and Huth,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