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국대학(이하 경성제대)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중 경성제대 도서관에 대한 연구 역시도 활발한 편이다. 정준영은 경성제대가 식민 당국과 서양인 선교사들, 식민지 민중들 사이의 치열한 경합의 산물이었다고 쓰고 있다(정준영, 2010; 2011). 조선총독부가 경성제대를 식민지 대학이면서도 최고 학부인 제국대학의 형식으로 만들게 된 것은 그와 같은 상호 경쟁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한편으로 체제 순응적 친일 엘리트를 기르고 동시에 식민지 조선 안에서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하는 식민자의 의지가 분명히 존재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학문적 자율”, “연구 중심” 등 제국 대학이라는 위상에 부합하는 학문의 메카로 성장해 갈 것에 대한 기대 역시도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고문헌 자료실에 소장되어 있는 구 경성제대 부속 도서관 장서 중 독일어 역사서를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모순된 기대 및 위상이 어떻게 도서관 장서 구성에서 투영되고 있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경성제대 도서관을 개괄하고 있는 논문 “경성제국대학 부속 도서관의 형성과 운영”에서 정근식은 “수집된 장서들을 각 언어별, 분야별로 분류하여 각각의 수집의 주체나 과정을 드러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정근식, 2010: 41). 그러나 그 자신이 이미 강조하고 있듯이,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의 장서가 가지는 의미를 분명히 밝혀 줄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서관에 들어온 날짜, 서적상 등 의 간략한 정보만을 담고 있는 도서원부가 도서구입과 관련하여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며(정근식, 2010: 55), 구매의뢰서, 혹은 도서대출대장 등 도서의 구입과 활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과물로서 남아있는 장서의 구성을 분석하는 것만이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어 장서(권윤경, 2015) 및 영어권 장서(윤영휘, 2016)에 대한 분석 연구가 이미 출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하여 독일어 장서 구성이 가지는 특징을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