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윤영휘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본 연구는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 내 영문 동양학 장서의 구조를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부속도서관에 소장된 동양학 관련 영문서적들은 영어권에서 생산 되었지만 일본 제국대학 시스템 안에서 수입되었기 때문에, 그 장서 구성은 영국 동양학 발전과정의 특징과, 일본이 동양을 바라보던 시각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 연구는 일차적으로 부속도서관 내 동양학 관련 장서의 구성내용과 특성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나, 궁극적으로는 이 장서 구성이 투영하는 식민지 도서관에 수입된 지식의 변형과정을 분석하려 한다.

영국은 오랜 동양학 연구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대학 내에 독립된 학문 분야로서 자리매김한 것은 19세기 후반 제국의 발전으로 인해 식민지에 대한 실용적 지식이 필요해지면서부터였다. 일본의 동양학도 제국운영에 필요한 실용적 학문으로서 발달하였지만, 동시에 타자를 통한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일본이 다른 동양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 형성에 끼친 외적·내적 요인들이 제국대학의 장서 구성에서는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과제이다.

그동안의 동양학 연구에 관한 연구들에서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이 발견된 다. 첫째로, 기존의 연구들은 개별 국가 및 동일 문명권의 범위에서 동양학 발 전 과정을 분석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왕립 아프리카협회(Royal African Society)’와 필립 하르톡(Philip J. Hartog)은 영제국의 동양학 연구 발전을 런던에 설립된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의 설립과정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이들의 연구는 영제국이 국가 정책적으로 동양학을 후원하게 되는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동양학 연구 발달의 이유를 전 적으로 영국 내부의 이슈와 연관시켜 보고 있다(Royal African Society, 1914; Hartog, 1917). 이런 흐름은 전후 동양학 연구로 이어졌다. 랄프 터너(Ralph L. Turner)가 1948년에 발표한 영국의 아프리카학 연구에 관한 논문과 앨버트 호라니(Albert H. Hourani)와 J. D. 라틈(J. D. Latham)이 1974년 발표한 ‘영국 중동학 협회’에 관한 논문 모두 여전히 자국 중심의 동양사 연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Turner, 1948; Hourani and Latham, 1974). 너대니얼 슈미트(Nathaniel Schmidt)는 관심의 범위를 유럽과 미국으로 확장하였으나, 그의 연구범위는 여전히 서구의 몇 개 국가에만 한정되어 있었다(Schmidt,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