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와의 접촉과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유럽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의 교류는 이슬람 공동체가 수립되어 오리엔트 지역의 패자로 등장한 7세기이래로 지속되어 온 긴 과정이다. 중세 시기 대부분에 걸쳐 수세적 입장에 있었던 유럽은 중세 말 이래로 관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시작했으며, 근대에 들어서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 세계가 이슬람 지역을 직접 지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이것이 근대에 들어와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를 하게 된 이후인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던 반면, 러시아에서는 그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다. 이미 키예프 루시 시기부터 슬라브인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한 볼가 불가르로 인해 이슬람 국가와 경계를 접하였으며, 이후 주변 지역으로 영토를 팽창해 가면서 유럽 국가로서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이슬람교도들을 신민으로 복속하여 다스리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는 유럽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슬람과 무슬림에 관심을 가지고 통치 정책을 수립해 왔다.
이렇듯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제정 러시아의 대 무슬림 정책은 크게 두 시기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러시아가 이슬람과 처음 접촉하기 시작한 10세기에서 19세기 전반까지의 시기로, 이 시기 러시아의 이슬람 정책은 기본적으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관용과 인정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 두 번째 시기는 19세기 후반에서 1917년까지의 기간으로,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완전히 병합해 가는 것과 겹치는 이 시기에 제정 정부는 러시아 내에 살고 있던 무슬림을 계몽과 개종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제정 러시아의 대 이슬람 정책 변화상을 러시아인들의 이슬람 접촉사라는 흐름 속에서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제정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진출과 이슬람 정책의 변화
저자: 양승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