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훈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민주화 이후 거의 30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기관차라 불리던 한국의 정당정치는 오늘날 분명 위기다. 이 위기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정당발전이라는 실천의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 연구라는 이론적 활동의 위기다. 현실정치에서 정당의 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숱한 관찰과 진단이 제시되고 있다. 정당은 유권자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정당들이 당원이나 조직보다 여론조사에 기대는 허약한 집단으로 내려앉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정당 위기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으며,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허한 주문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실 민주주의에서 드러나는 요란한 정당의 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정당 연구는 서서히 그리고 조용하게 침몰하고 있다. 정치 과정, 정치 제도, 한국 정치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는 최근 들어 정당 연구에서 투표 행태의 분석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정당 연구자들의 대표적 연구 집단인 한국정당학회가 발행하는 『한국정당학회보』에서 점차 정당은 사라져가고 있다. 2013년에 3차례 발간된 『한국정당학회보』는 모두 26편의 논문을 실었는데, 이 가운데 정당 연구(외국의 정당 연구를 포함)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글은 5편에 불과했다. 정당 연구는 이제 『한국정당학회보』에서조차 위축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의 위기와 이론의 위기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고, 이론의 위기는 종종 현실의 위기의 반영일 수도 있다. 현실의 위기가 정당 연구자들에게 이론의 위기에 대한 일말의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민주주의가 이미 성년을 지나 3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정당 연구의 퇴조는 실로 부끄러운 자화상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한국 정당 연구의 퇴조 속에서 최근 보석 같은 저작이 출판되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작성한 박사논문을 다듬고 수정해서 2013년에 출판된 하네스 모슬러의 『사라진 지구당, 공전하는 정당개혁』은 퇴조하고 있는 정당 연구에 봄비와도 같은 반갑고도 소중한 저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