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서고 15년이 지났다. 지난 15년간 동아시아 학계를 풍미한 핵심적 연구 주제는 단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담론이다. 따라서 역사 분쟁 문제를 다룬 책과 논문들도 매우 많다. 이 글은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 문제를 둘러싼 분쟁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다루어 종합·정리하는 한편, 여러 각도에서 화해를 모색하는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으로 나아가는 데 길잡이로 평가될만한 저서들 중에 위의 책을 골라 검토하고 그 내용들을 종합 소개하는 글로 준비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의 전후 처리 과정에서 전승 연합국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당면했던 과제는 역시 영토 문제와 국경선 확정이었다. 동아시아 영토 문제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을 정하는 문제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영토들에 대한 귀속권을 다시 반환시키는 일이 주요 과제였다. 그 중 중국과 러시아 간의 국경선 문제는 오랜 시간 갈등과 경합을 벌이기는 했지만, 두 나라 사이에 5년에 걸친 비밀 교섭과 절충을 거쳐 1991년 5월에 중·러 국경선협정으로 합의·공포되었다. 2004에는 이 협정을 보완하는 부속 협정이 러시아의 두마(дума)와 중국 인민위원회에 의해 조인됨으로써 매듭지어졌다. 서장에 이어 1장 ‘동아시아 영토 문제와 국경선 대화’ 편에서 이 책의 필자들은, 40여 년의 갈등 관계로 점철되었던 중·러 간 국경선 확정 문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용인해 주며, 화해적 대화로 결실을 이루어낸 이 협정이 동아시아 국가들에 득이 되고 안정된 평화를 가져오는 새 선린 관계와 협력·공존 시대를 열어가는 이정표가 될 만한 사례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