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제도가 외국의 국민이나 여론에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공보문화 외교(public diplomacy)로서 중요성을 갖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외무성도 유학 제도가 ‘장래의 일본과 각국의 상호 이해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 판단해 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공보문화 외교의 일환으로 유학 제도를 추진해왔다. 아마도 세계 여러 국가의 정부가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것이다.
특히 유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유학했던 나라에 대한 정보를 확산시켜 장래에 양국의 가교가 됨으로써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초기에, 미국 정부는 이미 이러한 유학 제도의 역할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옛 적국인 일본에 친미파 리더를 키워 반공 동맹으로 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육군성의 점령지역지원기금(GARIOA: Government Appropriation for Relief in Occupied Area)을 이용해 일본국토와 오키나와에서 많은 청년들을 미국으로 보냈던 것이다. 점령지역지원기금은 점령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 등을 긴급 수입하는 데 사용된 미국 육군성 예산이었다. 일본은 1949년부터 이 자금을 이용하여 미국 대학에 유학생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점령지역지원기금 유학 제도는 1952년 일본 본토에서 풀브라이트 유학 장학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에 흡수되는 식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는 미군정이 끝나고 본국으로 복귀하는 1972년까지 이 유학 제도가 계속해서 유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