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18세기 이후 영국을 필두로 서유럽 국가에서 전개된 산업혁명은 공장제 대량생산이라는 기술의 발전과 불특정 소비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판매방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대량 생산의 필요성이 분업이라는 획기적인 생산방식을 낳았고, 자본주의적 기업이라는 획기적인 생산 단위를 만들어냈다(남경태, 2015: 236). 산업혁명 초기의 대량 생산 대상 상품은 방직물이었다. 그러나 식민지에서의 원료 확보와 본국에서의 상품 제조라는 제국주의적 분업이 자리 잡기 시작한 19세기가 되면 공장제 제분업(製粉業)의 탄생과 함께 각종 식품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방식이 서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인류학자 잭 구디는 식품의 산업화를 이끈 직접적인 요소로 ① 저장(preserving),② 기계화(mechanisation), ③ 소매업(retailing) 혹은 도매업(wholesaling), ④ 유통(transport)의 네 가지를 꼽았다(Goody, 1997: 338). 18세기 이후 식품 분야의 산업혁명이 세계화 과정을 밟으면서 이 네 가지 요소는 제1세계에서 제3세계까지 식품 생산과 소비의 보편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통조림과 냉동 기술은 식품의 장기간 저장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서 유통의 세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Goody, 1997: 340-346). 식품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각 지역의 기근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래된 요리의 기술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글은 이시게 나오미치(石毛直道, 1937~)가 언급한 다음의 글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마련되었다. 그는 “전후 일본이 발명한 식품으로 세계에 보급된 것은 세 개가 있다. 아지노모토(味の素)와 깃코망(キッコマン)의 간장[醬油]과 인스턴트라면이다.”(安藤宏基, 2009: 229)라고 했다. 사실 아지노모토와 깃코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명된 식품이 아니다. 이 두 식품은 이미 20세기 초반에 기계화된 시설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었던 식품이다. 아지노모토가 저장성을 기반으로 일본에서의생산과 동아시아에서의 유통이 가능했다면, 깃코망 간장은 저장성이 높지않았기 때문에 각 지역에 생산 공장을 세워 유통시켰다. 필자는 이 두 식품이 동아시아에서 널리 유통될 수 있었던 배경에 제국일본의 권력이 있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1958년 일본에서 개발된 인스턴트라면은 일본에서의 성공에 이어 타이완과 한국에서 급속하게 소비가 증가한 식품이다. 필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일본·한국·타이완에 제공된 미국의 잉여농산물 밀을 꼽는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본고에서는 깃코망 간장, 아지노모토 그리고 인스턴트라면이 동아시아에서 보편적인 식품이 되는 전개과정을 살펴보려 한다.